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의 차이점, 몸에 더 나쁜 방사선이 따로 있을까?

안녕하세요!!
현직 방사선사 "라디오-로그"입니다.

"선생님, 저는 담배도 안 피우고 비행기도 자주 안 타는데, 병원에서 CT나 엑스레이를 자꾸 찍으면 인공방사선 때문에 암 걸리는 것 아닌가요?" 

검사실에서 환자분들을 안내하다 보면, 방사선이라는 단어 자체에 엄청난 거부감과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납니다. 특히 '인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왠지 모르게 몸에 훨씬 더 해로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으시곤 하죠.

많은 분이 잘 모르시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방사선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자연방사선'이라고 부르고, 병원이나 원자력 발전소처럼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것을 '인공방사선'이라고 합니다. 

30년간 임상에서 방사선을 안전하게 통제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두 방사선이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차이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차이점

1. 우리가 숨만 쉬어도 체내에 쌓이는 '자연방사선'

자연방사선은 말 그대로 지구 내부나 우주 공간, 혹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등 자연계에 원래부터 존재하던 방사선을 말합니다.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으며, 전 세계 인구는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연간 평균 약 2.4 mSv(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자연방사선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우리에게 도달합니다.

1. 우주선(Cosmic Rays)

우주 멀리서 지구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입니다. 다행히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이 이 방사선의 대부분을 막아주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층이 얇아져 우주선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로 이동하는 항공기 승무원이나 해외여행객들은 일반 지상에 있는 사람보다 우주방사선에 조금 더 노출되게 됩니다.

2. 지각 방사선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이나 토양에는 우라늄, 토륨, 칼륨-40 같은 방사성 원소들이 미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화강암 지대가 많은 지역은 지각에서 나오는 자연방사선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또한, 토양이나 콘크리트 건축 자재에서 발생하는 '라돈(Radon)' 가스는 우리가 호흡할 때 폐로 들어와 자연방사선 피폭의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3. 음식물에 의한 내부 피폭

우리가 매일 먹는 쌀, 채소, 고기, 심지어 생수 안에도 자연적인 방사성 동위원소(예: 칼륨-40)가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이 원소들이 몸속에 머무르며 미량의 방사선을 내뿜는데, 이는 인체가 진화 과정에서 수백만 년 동안 적응해 온 지극히 자연스럽고 안전한 수준입니다.

2.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인공방사선'

인공방사선은 인간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방사선입니다. 원리나 물리적인 성질(에너지의 형태)은 자연방사선과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습니다. 단지 '출처'가 인간의 활동이라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대표적인 인공방사선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 방사선 (가장 높은 비중)

인공방사선 피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병원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 쓰는 방사선입니다. 흉부 엑스레이, 치과 파노라마, CT 촬영, 그리고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 치료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2. 산업 및 연구용 방사선

공항에서 수하물을 검사할 때 쓰는 보안 검색 장비, 건축물의 내부 균열을 찾아내는 비파괴 검사 장비, 그리고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기초 과학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장비들입니다.

3. 원자력 발전 및 과거 핵실험의 부산물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이나 과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던 핵실험, 혹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원전 사고로 인해 환경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입니다. 다행히 일상적인 환경 감시 체계 안에서 관리되는 양은 극히 미미합니다.

3. 자연방사선 vs 인공방사선, 몸에 더 해로운 게 있을까?

"인공방사선은 인위적인 거니까 자연방사선보다 몸에 훨씬 치명적이겠죠?"

검사실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오해입니다. 하지만 과학적, 의학적 사실을 말씀드리면 우리 세포는 나에게 들어온 방사선이 우주에서 온 '자연산'인지, 병원 CT 장비에서 나온 '인공산'인지 전혀 구별하지 못합니다.

즉, 방사선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선량)에 노출되었는가'가 핵심입니다. 자연방사선이라도 라돈 가스가 가득 찬 밀폐된 지하 공간에 오래 머물면 폐암 유발율이 올라가 가해롭고, 인공방사선이라도 안전하게 통제된 병원에서 엑스레이 한 장(약 0.02 mSv)을 찍는 것은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찍는 가슴 엑스레이 촬영 한 번은 약 3~4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맞는 자연방사선량과 비슷하고, 전신 CT 촬영은 수년 치의 자연방사선량과 맞먹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CT의 선량이 많아 보이지만, 이는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얻는 '의학적 이득'이 방사선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하에 안전하게 시행되는 것입니다.

4. 30년 차 베테랑 방사선사의 안전 제언

세계통합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 기준에 따르면, 일반인의 연간 인공방사선 피폭 한도는 1 mSv입니다. 

단, 이 기준에서 '의료 목적으로 받는 검사 및 치료 선량'은 제외됩니다. 아픈 곳을 진단하기 위한 의료 방사선은 양을 제한하기보다 정밀한 진단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는 저를 포함한 방사선사들은 환자분들이 인공방사선에 최소한으로 노출되면서도 최고의 영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 즉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가장 낮은 선량'을 유지하기 위해 장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조절합니다.

방사선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심으로 꼭 필요한 진단 검사를 거부하여 병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통제된 의료 환경에서의 인공방사선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눈이 되어줍니다.

요약 

1. 개념 차이: 자연방사선은 우주, 지각, 음식물 등 자연계에 상존하는 방사선이며, 인공방사선은 병원(X선, CT)이나 산업계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방사선입니다.

2. 유해성의 진실: 인체 세포는 방사선의 출처(자연 vs 인공)를 구별하지 못하며, 중요한 것은 방사선의 종류가 아니라 노출된 '총량(선량)'입니다.

3. 임상적 특징: 병원에서 사용하는 인공방사선은 방사선사의 엄격한 선량 관리와 ALARA 원칙에 따라 통제되므로, 질병 진단이라는 의학적 이득을 위해 안심하고 검사받으셔도 안전합니다.

[제안]

생활 속 자연방사선(라돈 등)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인 실내 환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병원 방문 시 불필요한 중복 촬영을 피하기 위해 타 병원의 영상 자료를 지참하거나, 과거 검사 이력을 의료진에게 공유하면 인공방사선 피폭량을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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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출처]

* 세계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간행물 및 권고안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생활주변방사선 정보센터 지침

* 질병관리청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선량 권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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